군이 지난 25일 국내 개발 중인 자폭용 무인기(드론)에 대해 해상 전투 실험에 나섰지만 두 차례 발사 모두 실패했다. 드론이 현대전의 중심이 된 가운데 국산 자폭 드론은 실전 배치하기까지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해군과 국방과학연구소(ADD)는 25일 남해상의 대형 수송함 마라도함에서 국산 중형 자폭 무인기의 해양 운용 실험을 실시했다. 마라도함 비행갑판에 설치된 발사대에서 발진한 자폭용 드론이 약 2㎞ 거리에서 빠르게 항해하는 무인 표적정을 타격하는 실험이었다.
그러나 이날 오후 발사된 첫 번째 드론은 약 2초, 두 번째 드론은 약 4초 만에 바다에 추락했다. 다음 달까지 개발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던 드론 사업에 빨간불이 들어온 것이다. 앞서 30회가량 육상에서 실시한 실험에선 문제가 없었다고 한다. 국방과학연구소 관계자는 “해상 환경에서 기체와 발사대의 정렬 불량이 원인일 수 있다”면서도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자폭 드론 개발에는 대한항공·LIG·한화 등 국내 주요 방산기업이 참여했다. 방산업계에 따르면 추락한 시제품 가격은 대당 8억원꼴로 알려졌다. 한 방산 전문가는 “양산을 하더라도 대당 1억~2억원 수준이 들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모양이 비슷한 이란 자폭 드론 ‘샤헤드-136’은 3000만원, 미국의 루카스(LUCAS)는 5000만원대로 알려졌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지난해 취임 이후 ‘50만 드론 전사’를 양성하겠다고 밝혔다. 65조원이 넘는 올해 국방 예산 중 드론 관련 예산은 1780억원(0.27%)이었다. 무기 개발과 구매에 쓰이는 ‘방위력 개선비’ 중 드론 관련 예산도 올해 1484억원(0.74%)으로 지난해 1678억원보다 11.5% 줄어들었다. 전문가들은 “군이 현대전 흐름에 발을 맞추고 있는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50만 드론전사’ 외치면서, 국방 예산의 0.27%뿐

약 2km 거리 무인표적정을 타격하는 실험이었지만, 드론은 이륙 직후 해상에 추락했다.(아래 사진)/뉴시스
러시아와의 전쟁 이후 드론 강국으로 거듭난 우크라이나는 지난 24일 독립기념일을 맞아 드론을 앞세운 무인(無人) 열병식을 열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계기로 공격형 드론은 저비용으로 고가 무기 체계를 무력화하는 핵심 전쟁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수천만원짜리 저가 드론을 요격하는 데 한 발에 수십억 원 이상인 요격 무기가 필요하다 보니, 드론이 적의 요격 무기를 소진시킬 수 있는 ‘게임 체인저’로 떠오른 것이다.
우크라이나 정보 당국에 따르면 러시아는 이란 샤헤드를 개량한 ‘게란-2’ 등 자폭 드론을 월 2000대 규모로 양산하고 있으며, 5000대로 증산할 계획도 갖고 있다. 러시아는 이 기술을 북한에도 이전해, 지난해부터 북한 내 생산 설비에서 드론 양산이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이 자폭 드론을 대량 생산해 미사일·방사포와 ‘섞어 쏘기’에 나서면 한국 방공망에는 과부하가 걸릴 수밖에 없다.
현재 우리 군에서 자폭 드론을 확보해 활용할 수 있는 전력은 육군 일부 시범부대와 특전사 정도로 알려졌다. 2022년 북한 무인기가 서울 상공까지 침투하자, 윤석열 정부는 2023년 9월 드론작전사령부를 창설했다. 하지만 그 후로도 국산 드론 개발과 국외 드론 구매 모두 지지부진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2024년 폴란드의 자폭 드론 WB 워메이트 200여 대를 도입한 것이 드론작전사령부의 사실상 유일한 공격(자폭) 드론이었다.
이재명 정부는 드론작전사령부를 해체하고 11월 ‘국방드론본부’를 출범시킬 예정이다. 다만 드론 전력 보강 없이 조직 개편만 이어진다는 자조적 목소리도 나온다. 차기 육군 군단급 정찰 무인기 국내 개발 사업은 우리 기술 부족으로 지난해 중단됐다. 2024년 방위사업청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효과가 입증된 저가 골판지 자폭 드론 도입을 추진했지만, 입찰 업체가 모두 부적합 판정을 받아 사업이 중지됐다.
‘방산 강국’ 한국이 유독 드론 개발에 취약한 것은 관련 산업 생태계가 취약하기 때문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중국산 상용 드론 부품이 품질도 좋고 가격도 싸다 보니, 국내 업체가 기술 개발을 할 유인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국산 상용 드론은 부품 국산화율이 50% 아래인 경우가 많다.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2025년 국내 드론 사업체 6900여 곳이지만, 사업체당 평균 매출액은 1억7000만원으로 종업원 5인 미만의 영세 기업이 많았다. 대기업도 드론 분야에 투자하고 있지만 부품까지 자체 개발해야 하니 개발 단가가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은 “드론 없이는 전쟁을 할 수 없는 시대가 왔기 때문에 외국 공급망 영향을 받지 않는 독자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고 했다.
미국 국방부는 2027년 말까지 저비용 공격용 드론 30만대를 비축하는 ‘드론 도미넌스(Drone Dominance)’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과 동맹국 중심의 드론 산업 생태계 재건을 위해 핵심 부품에 중국산 제품을 쓰지 않은 경우 ‘Blue UAS’ 인증을 해주는 제도도 도입했다.